부모가 자녀에게 목돈을 보태줄 때 차용증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증여가 아니라 빌려준 돈이라는 것을 세무서에 보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가족 간 금전거래를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한다. 차용증 한 장으로 이 추정이 뒤집히지는 않는다. 무엇을 적었는지보다 이후에 무엇을 했는지가 결과를 가른다.
아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 제45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의 적정이자율 규정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2026년 8월 기준이다.
4.6%가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다
세법은 특수관계인에게 돈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시중보다 싼 이자로 빌려주면, 덜 받은 이자만큼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 이때 비교 기준이 되는 법정 이자율이 연 4.6%다.
증여재산가액 = (대출금액 × 4.6%) − 실제로 받은 이자
여기에 예외가 하나 붙는다. 이렇게 계산한 금액이 연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두 규정을 합치면 무이자로 빌려줘도 문제되지 않는 금액이 역산된다. 1,000만원 ÷ 4.6% = 약 2억 1,739만원이다.
| 대출금액 | 4.6% 환산 이자 | 무이자일 때 증여로 보는 금액 | 과세 여부 |
|---|---|---|---|
| 1억원 | 460만원 | 460만원 | 1,000만원 미만 → 과세 안 함 |
| 2억원 | 920만원 | 920만원 | 1,000만원 미만 → 과세 안 함 |
| 2억 1,739만원 | 999만원 | 999만원 | 경계선 |
| 3억원 | 1,380만원 | 1,380만원 | 전액 증여재산가액 |
| 5억원 | 2,300만원 | 2,300만원 | 전액 증여재산가액 |
표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3억원 행이다. 1,000만원을 넘는 순간 초과분만 과세되는 것이 아니라 1,380만원 전액이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문턱을 넘으면 계단식으로 뛰는 구조라, 2억원대 초반과 3억원 사이에서 이자 약정 여부가 갈린다.
2억원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아예 안 받기로 했다면 이자 조항을 무리하게 넣을 이유가 없다. 반대로 3억원이라면 4.6%를 다 채우지 않더라도 차액이 1,000만원 미만이 되도록, 즉 연 380만원 이상의 이자를 실제로 받으면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이자를 받기로 했다면 세금이 하나 더 붙는다
차용증에 이자를 넣으면 그 이자는 빌려준 사람의 이자소득이 된다. 개인 간 대여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분류되고, 돈을 빌린 쪽이 지급할 때 세금을 떼어 신고·납부할 의무를 진다.
- 원천징수세율 25%에 지방소득세 2.5%를 더해 실제 공제율은 27.5%
- 이자를 지급한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 제출
-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받는 쪽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실무에서 흔한 실수가 이 부분이다. 이자를 세무 안전장치로 넣어놓고 원천징수를 하지 않으면, 차용증의 신빙성을 스스로 깎는 결과가 된다. 이자 약정대로 27.5%를 떼고 나머지를 이체한 기록이 남아 있으면 오히려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내 판단으로는 2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무이자로 쓰고 원금 상환 기록만 남기는 쪽이 관리하기 쉽다. 이자를 넣는 순간 매달 원천징수와 신고가 따라붙는데, 이걸 몇 년간 거르지 않고 할 자신이 없다면 넣지 않는 편이 낫다.
차용증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
양식보다 중요한 것은 항목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아래 일곱 가지가 없으면 소비대차 계약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 항목 | 적는 방법 |
|---|---|
| 당사자 | 양쪽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자필 서명 또는 인감날인 |
| 금액 | 숫자와 한글을 함께 (금 이억원정, ₩200,000,000) |
| 대여일 | 계좌이체일과 같은 날짜로 |
| 이자 | 연 이율과 지급일. 무이자면 “무이자로 한다”고 명시 |
| 변제기 | 일시 상환일 또는 분할 상환 일정표 |
| 지연손해금 | 기한을 넘겼을 때의 이율 |
| 작성일 | 대여일과 일치시킬 것 |
변제기를 “형편이 되는 대로”처럼 적으면 안 된다. 상환 계획이 특정되지 않은 대여는 증여로 볼 여지를 남긴다. 부모가 고령이어서 상환 완료 시점이 지나치게 먼 경우도 마찬가지로 다투어진다. 30년 만기 일시상환 같은 구조보다는,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분할 상환표를 붙이는 쪽이 안전하다.
작성일을 증명하는 세 가지 방법
차용증은 나중에 얼마든지 만들어 붙일 수 있는 문서다. 그래서 그 날짜에 그 문서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따로 남겨야 한다.
| 방법 | 증명력 | 고려할 점 |
|---|---|---|
| 공증사무소 사서증서 인증 | 가장 높음 | 수수료가 목적가액에 따라 올라가고 양쪽이 함께 방문해야 한다 |
| 우체국 내용증명 | 높음 | 발송일이 공적으로 남는다. 장수에 따라 요금이 정해진다 |
| 이메일·문자 송수신 | 보조적 | 무료지만 단독 증거로는 약하다. 위 두 방법의 보완용 |
금액이 크고 상환기간이 길수록 공증 쪽으로 간다. 1억원 미만이고 상환기간이 짧다면 내용증명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어느 쪽이든 서명한 원본을 양쪽이 한 부씩 보관한다.
서류보다 계좌 기록이 결정적이다
세무조사에서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문서가 아니라 통장이다. 차용증과 공증이 완벽해도 원금이 한 번도 오간 적 없으면 대여로 인정받기 어렵다. 반대로 서식이 조금 엉성해도 매달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이 자녀 계좌에서 부모 계좌로 이체된 기록이 몇 년치 쌓여 있으면 다툴 여지가 거의 없다.
- 대여금은 반드시 계좌이체로 보낸다. 현금 전달은 증명 수단이 없다.
- 상환도 계좌이체로 한다. 이체 메모에 “차용금 상환 O회차”처럼 적어둔다.
- 상환 주기를 지킨다. 금액보다 규칙성이 중요하다.
- 상환액이 자녀의 소득 수준으로 감당 가능한지 본다. 소득이 없는 자녀가 매달 큰 금액을 갚고 있으면 그 자금의 출처가 다시 문제된다.
- 빌린 돈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자금조달계획서의 차입금 항목과 차용증 내용을 일치시킨다.
같은 금액이 1년 안에 되돌아오는 형태의 거래는 특히 주의 대상이다. 빌려줬다가 곧 돌려받는 구조는 실질적으로 자금을 잠시 빌려 자금출처를 만든 것으로 보기 쉽다.
자주 나오는 질문
차용증을 안 쓰고 그냥 받으면 얼마까지 괜찮나
증여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성년 자녀는 직계존속으로부터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재산공제를 받아 증여세가 나오지 않는다. 금액이 이 범위라면 차용증을 쓰고 상환 기록을 관리하는 것보다 증여세 신고를 하고 끝내는 쪽이 단순하다. 판단 기준은 자녀 증여 한도 쪽에서 함께 보면 된다.
배우자나 형제 사이에도 같은 기준인가
적정이자율 4.6%와 1,000만원 기준은 특수관계인 전반에 적용되므로 배우자·형제자매도 같다. 다만 증여재산공제 한도는 관계별로 달라, 배우자는 6억원, 기타 친족은 1,000만원으로 차이가 크다.
중간에 못 갚게 되면 어떻게 되나
남은 원금을 면제해 주는 순간 그 금액이 증여가 된다. 채무면제이익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므로, 상환이 어려워지면 면제가 아니라 변제기 연장이나 상환액 조정으로 처리하고 그 합의도 서면으로 남기는 편이 낫다.
정리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금액이 2억 1,739만원 이하면 무이자 차용증으로 쓰고, 넘으면 차액이 1,000만원 미만이 되도록 이자를 정한 뒤 27.5% 원천징수까지 함께 설계한다. 작성일은 공증이나 내용증명으로 고정하고, 그 뒤로는 문서를 손대지 말고 계좌 기록만 성실히 쌓는다.
금액이 크거나 부동산 취득이 얽혀 있으면 설계 단계에서 세무 상담을 받는 편이 낫다. 적정이자율과 공제 한도는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행 전에 국세청 홈택스에서 현재 기준을 확인하고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