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는 열어두는 것만으로 굴러가는 계좌가 아니다.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만들어놓고 예금성 상품에 그대로 둔 계좌가 흔하다. 넣은 돈은 늘지 않고 세액공제만 남는 상태다.
아래 한도와 세율은 2026년 8월 기준으로 확인한 값이다. IRP에서 실제로 손댈 수 있는 지점은 네 군데다.
첫째, 세액공제 한도를 매년 채운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IRP 단독으로도 900만원을 채울 수 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6.5%, 초과는 13.2%가 적용된다.
| 총급여 | 공제율 | 900만원 납입 시 환급액 |
|---|---|---|
| 5,500만원 이하 | 16.5% | 148만 5,000원 |
| 5,500만원 초과 | 13.2% | 118만 8,000원 |
이 환급액은 운용 수익과 성격이 다르다. 시장이 어떻든 확정적으로 들어오는 몫이다.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을 찾기 전에 한도부터 채우는 편이 순서에 맞다. 다만 공제는 낸 세금 한도 안에서만 돌아오므로 결정세액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위험자산 70% 규칙 안에서 배분한다
IRP는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담을 수 있다. 나머지 30%는 원리금 보장 상품이나 채권형처럼 안전자산으로 남겨야 한다. 이 규칙 때문에 IRP를 주식형 100%로 굴리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 구분 | 한도 | 담을 수 있는 것 |
|---|---|---|
| 위험자산 | 70%까지 | 주식형 펀드, 주식형 ETF 등 |
| 안전자산 | 30% 이상 | 예금, 채권형, 원리금 보장 상품 등 |
제한을 불리하게만 볼 것은 아니다. 30%가 강제로 남아 있어 하락장에서 계좌 전체가 흔들리는 폭이 줄어든다. 문제는 이 30%가 아니라, 나머지 70%까지 예금에 방치하는 경우다. 내 판단으로는 IRP에서 손볼 여지가 가장 큰 지점이 바로 이 미사용 70%다.
셋째, 디폴트옵션에 맡긴 채로 두지 않는다
사전지정운용제도, 이른바 디폴트옵션은 IRP 가입자가 지정해야 하는 항목이다.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해 둔 상품으로 자동 매수돼 자금이 현금성 자산으로 방치되는 것을 막는 장치다.
지정 자체가 의무이므로 대부분 무언가는 골라 두었을 것이다.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을 골랐는지다. 초저위험 상품으로 지정해 두고 잊었다면 사실상 예금 계좌와 다르지 않다. 디폴트옵션은 운용 지시를 대신하는 장치이지 운용 전략이 아니다.
넷째, 퇴직급여는 연금으로 받을 때 세금이 줄어든다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를 IRP로 이전하면 그 시점에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고 미룬다. 이후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세금 자체가 깎인다.
| 수령 방식 | 퇴직소득세 |
|---|---|
| 일시금 수령 | 감면 없음 |
| 연금 수령 1~10년차 | 30% 감면 |
| 연금 수령 11년차 이후 | 40% 감면 |
같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느냐 10년 넘게 나눠 받느냐로 세금이 절반 가까이 갈린다. 여기에 이전 시점부터 연금으로 받을 때까지 과세가 미뤄지므로, 세금으로 나갔을 금액까지 계속 운용된다. 수익률을 몇 퍼센트 올리는 것보다 이 선택 하나가 더 큰 차이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점검 순서
- 올해 납입액이 세액공제 한도에 얼마나 못 미치는지 확인한다.
- 계좌의 위험자산 비중이 70% 한도 대비 어디쯤인지 본다.
- 디폴트옵션으로 무엇이 지정돼 있는지, 그 상품이 의도한 것인지 확인한다.
- 퇴직급여가 들어올 예정이라면 일시금과 연금 수령의 세금 차이를 미리 따진다.
- 금융사별 수수료 체계를 비교한다. 장기 계좌일수록 누적 차이가 커진다.
IRP 하나로 다 담을지, 연금저축과 나눌지는 별개의 문제다. 위험자산 제한과 인출 조건이 다르므로 IRP와 연금저축의 차이를 먼저 보고 배분을 정하는 편이 낫다.
자주 묻는 질문
IRP를 주식형 100%로 굴릴 수 있나
안 된다. 위험자산은 적립금의 70%까지이고 30%는 안전자산으로 남겨야 한다. 주식형 비중을 최대로 가져가려면 연금저축 쪽을 함께 써야 한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지정은 가입자의 의무다. 지정해 두면 운용 지시가 없을 때 그 상품으로 자동 매수돼 자금이 방치되지 않는다. 지정한 상품이 무엇인지는 직접 확인해야 한다.
퇴직금을 IRP로 옮기면 당장 세금을 내나
내지 않는다. 이전 시점에는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고 미룬다.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1~10년차 30%, 11년차 이후 40%가 감면된다.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면 그만큼 다 돌려받나
낸 세금 범위 안에서만 돌아온다. 결정세액이 환급 상한보다 적으면 한도를 다 채워도 그 이상은 받지 못한다.
정리
IRP에서 결과를 바꾸는 것은 종목 선택이 아니라 네 가지 점검이다. 세액공제 한도를 채웠는지, 위험자산 70% 한도 중 얼마를 쓰고 있는지, 디폴트옵션에 무엇이 지정돼 있는지,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을 계획인지다. 특히 마지막 항목은 퇴직소득세를 30~40% 줄이는 문제라 단일 항목으로는 효과가 가장 크다.